용인의 남쪽 끝에서 가장 높은 산은 시궁산입니다. 특이한 이름을 가진 산이지요. 전설에 의하면 산 정상에 시궁(時宮)이라는 연못이 있었는데 그곳에 하늘나라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했다고 합니다. 바로 그 산 앞에 봉우리가 셋으로 이루어진 삼봉산이란 이름의 산이 있습니다.
느티나무와 굴피나무가 많은 산이지요. 시미리 쪽에서 삼봉산을 오르려면 쌍괴저수지를 지나게 됩니다. 동네에 느티나무(槐:느티나무 괴)가 쌍으로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정작 그 동네 분은 어감이 이상한 쌍괴라는 말보다는 남진말 저수지, 즉 남쪽에 있는 참한 마을 저수지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초입에 있는 아름드리 전나무와 백송을 마음에 품고 길섶의 꽃향유과 노박덩굴 열매를 감상하면서 산길을 오르면 곧 등산로 입구에 다다릅니다. 마음이 통하는 좋은 풍경 같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산행이어서 기분이 참 좋습니다. 건너편 봉우리에서 커다란 말똥가리 한 마리가 마중을 나옵니다.
▲ 흰머리오목눈이
붉은머리오목눈이들과 노랑턱멧새들도 환영을 해줍니다. 지나치게 잘 정비(?)된 계곡을 따라 나무 계단을 오르면 곧 커다란 느티나무를 만나게 됩니다. 삼봉산을 지키는 산신령의 막사가 있었던 곳일까요? 한자 실력이 짧아 돌비에 새겨진 독막재(獨幕峴)란 글씨를 이 정도밖에 해석을 못합니다. 한자가 이상한 것으로 봐서 그냥 음만 따온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정상으로 가기 위해 가파른 가운데 길을 버리고 오른쪽 길로 접어듭니다. 세상에, 너무나 멋진 느티나무들이 즐비합니다. 산을 오르는 내내 느티나무가 내뿜는 괴이한 아름다움에 눈을 떼지 못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나무들이 있다니, 고난의 흔적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느티나무들에게 저절로 머리가 숙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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