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래기(wrasse)라는 물고기 - 아토미의 미국 이야기 - 야후! 블로그
1981년에 제주도에서 놀래기라는 고기를 처음 보았다. 제주도에선 주로 종류에 따라 술뱅이, 어랭이 등으로 불렸는데 작고 예쁜 색깔이 내 마음에 딱 드는 고기였다. 당시 열대어를 기르고는 있었지만 바닷고기를 기르는 것은 흔치않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키운다는 생각은 하지를 못했었다. 책을 통해 놀래기에 대해 알아보니 영어로는 wrasse라고 불리우며 전세계적으로 셀 수도 없는 많은 종류들이 서식하는 우성의 물고기였다. 식용으로는 전혀 가치가 없으며 오직 관상용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물고기라는 점과 밤에는 모래 속에 들어가 잠을 잔다는 특성이 흥미로웠다. 한국에도 몇종류의 놀래기들이 있는데 주로 제주도와 남해 일부, 울릉도에서 서식한다. 용치놀래기, 황놀래기, 고생놀래기, 실용치, 호박놀래기, 어랭놀래기 등이 있으며 난 한국에서 잡히는 대부분의 놀래기들을 다 잡아 보았다. 특히 1996년 제주도 서귀포 앞바다의 문섬에서 잡은 실용치는 너무나 색상이 고운데다 제주 현지인들도 잘 모를 정도로 귀한 고기였다. 빨강색과 핑크색의 중간 정도 되는 화려한 색상이 몸 전체를 빛내는 가운데 배 쪽은 새하얀 색깔을 하고 있어서 외국의 열대어집에서는 상당히 비싼 가격에 팔리는 놀래기이다.
나의 놀래기에 대한 집착은 이후에도 계속되어 미국에 가서도 그 곳의 놀래기들을 잡는데 성공하였다. 엘에이에는 딱 두 종류의 놀래기만 서식하고 있는데 '쎄뇨리타' 와 'rock wrasse'라는 놈들이다. 별로 예쁜 고기들은 아니지만 놀래기답게 어두워지기만 하면 모래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똑같았다. 아시아, 미주, 아프리카, 유럽 등 어디에 서식하든지간에 놀래기들은 같은 습성을 지녔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사이판이나 하와이에 갔을 때도 나의 놀래기 사냥은 계속 되었고 특히 더운 지방 답게 화려하고 예쁜 놀래기들을 잡을 수 있었다.
나의 꿈은 언젠가 방의 한 쪽 벽을 가득 채울 정도의 큰 어항을 설치해서 전세계의 다양한 놀래기들을 내가 잡거나 구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구해서 키우는 것이다. 국적과 지역을 초월한 세계의 놀래기들이 한 어항에서 동질성을 보이며 함께 헤엄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흥분된다.^^
호주에서 서식하는 Cigar wrasse(길어서 씨가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