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두무진)
대청도에서 백령도까지는 배가 다시 움직여 물을 출렁이면 그 파도가 서서히 다다라갈 만큼 가까운 거리다. 백령도 관문인 선착장에 다다르면 육지에서 건너온 가족 친지들을 마중 나온 사람들이 제각기 부르는 소리가 몽롱한 기운을 깨우곤 했다. 누구도 나를 불러줄 까닭이 없기에 멋쩍은 눈을 넘실거리는 파도를 타며 먹이사냥에 열심인 가마우지 떼들로 향하기 마련이었다. 부두 밑 물속엔 꽁치 새끼며 작은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나를 반기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했을 것이다.�� 몸을 뒤척이다 보면 �
낯 설은 땅, 누구 한 사람 가까이 할 수 없는 곳이었지만, 하여튼 푸른 바다와 깨끗한 공기는 당시 내가 머물 수 있는 명분을 충분히 제공해주고 있었다. 그날따라 심하게 갈등에 저항하며 바닷길을 지나온 까닭이었을까? 허기진 배는 유난히도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만큼 마음이 고팠던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선착장 인근에는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식당이 변변하지 못했다. 눈을 둘러 샅샅이 뒤져도 ‘순대국’이라 써 붙인 허름한 식당만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어렸을 땐 붉은 핏물이 발라진 순대를 맛있다고 사들고 온 사촌 여동생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던 나였으니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세상사에 물들어온 터였기에 눈 딱 감고 뱃속을 채워보기로 작정하고 문을 열고 들어섰다.겹살을 품에 안고 산 속
(백령도 가마우지)
특유의 냄새가 강하게 코를 찔러왔다. 후각을 마비시켜 놓고는 순대국을 주문했다. 잠시 후 주인장이 들고 온 쟁반에는 고기와 내장을 삶아낸 뿌연 국물이 끓고 있는 뚝배기와 공기밥 한 그릇, 새우젓, 청양고추, 깍두기 등이 깨끗하게 차려져 있었다. 우선 후추를 들어 희뿌연 국물을 검은색으로 물들였다. 있던 새우젓을 국물까지 모두 집어넣고 잘게 썰어져있던 청양고추를 남김없이 넣은 다음 들깨가루를 크게 한 숟가락 떠서 마무리를 지었다. 잡다한 맛으로 미각을 마비시켜 특유의 냄새를 없애고자 했던 것이다. 그렇게 순대국에 대한 첫경험은 정신없이 이루어져갔다.한 눈으로 바라봤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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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우지 Phalacrocorax capillatus (Temminck's Cormora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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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minck's cormorant 14/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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